2017년 12월, 2년전 이 즈음이다. 사우나에 갔던 딸과 아내가, 엄마가 영영 돌아오지 못했다.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는 그렇게 29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그 사고로 알게 됐다. 인구 13만명의 제천에 1대의 소방사다리차와 충북도 소방공무원 확보율이 49.6%로 전국 최저라는 사실을 말이다.
이는 전국 평균 66.8%에 못 미치는 수치다. 지역 간 소방시설의 격차가 재난대응역량 차이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사실, 소방관에 대한 처우가 이리도 큰 차이를 보인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지방직 공무원인 소방관은 방화복과 장갑까지
사비로 구매해야 하는 현실을 빗대 ‘벌거벗은 영웅’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처우 조건이 달랐고, 장비 등에도 차이가 있었던 거다.
이들은 같은 업무를 하면서도 같은 대접을 받지 못했다.
47년간 지방직 공무원이던 소방관이 내년 4월엔 국가직으로 전환된다. 사진은 올해 초 강원 산불 진압 현장.(사진=저작권자(c)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사람들은 소방관을 단순히 화재를 진압하는 직업으로 떠올리지만, 소방관이 하는 일은 그뿐 아니다. 화재를 사전에 예방하거나 진압하는 것은 물론,
하루도 빠지지 않고 발생하는 각종 응급상황에 출동해 인명을 구조하고 재산을 보호하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수호자 역할을 한다.
또한, 소방관은 항상 긴장하며 출동대기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출동 명령이 떨어진 후 현장에 도착하기까지 짧은 시간 동안 사람의 생사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위험한 현장에서 일하는 자신들에게 해당되는 말이기도 하다. 소방관은 이렇듯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겉으로 보이지 않는 ‘소방관의 트라우마’는 더 심각한 문제로 꼽히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소방관의 자살률은 인구 10만명 당
31.2명으로 일반인(25.6명)의 1.21배 수준으로 나타났다. OECD 평균 자살률인 12.1명에 비하면 2.57배 높은 자살률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원인이었다. 직무상 접하는 처참한 현장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으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거다.
때문에 소방관은 일반인들보다 트라우마를 겪게 될 확률이 높았다.
지자체에 따라 처우가 달랐던 지방직 공무원 소방관, 방화복과 장갑까지 사비로 구매해야 하는 현실을 빗대 '벌거벗은 영웅'이라는 불리기도 했다.(사진=저작권자(c)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이러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지방직 소방관은 전체 소방공무원 5만4875명(2019년 6월 말 기준) 중, 국가직 637명(약 1.2%)을 제외한 나머지 98.8%다.
그리고 지방직 공무원이던 이들은 내년 4월 국가직으로 전환된다. 1973년 2월 지방소방공무원법 제정 이후 47년만이다.
소방관이 국가직으로 전환될 경우 가장 먼저 달라지는 점은 무엇일까. 소방헬기를 비롯한 고가사다리차, 소방 장비 등을 지원할 예산이 안정화 된다. 또한,
그간 지방 경계가 모호한 곳에서 사고가 터진 경우 지휘 계통이 달라 업무 수행 시 종종 어려움이 발생했던 문제도 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국가직 전환으로 인력 충원도 된다. 2022년까지 현장 공무원 2만명을 충원하며, 소방직제를 2022년 도입, 시·도별 소방공무원 채용은 내년부터 소방청이 주관한다.
내년 하반기부터 통합인사관리를 추진하며, 승진 인원이 2%에 불과한 특별승진을 경찰 등 유사직렬과 동등한 수준인 10%로 2022년까지 점진적으로 높인다.
전체 소방공무원 5만1615명 중, 국가직 718명(약 1.4%)을 제외한 나머지 98.6%가 지방직 공무원이다.(출처=소방청) |
지방과 수도권 간의 격차를 없애 더 균등한 장비와 보조를 받게 되면 국민의 안정과 소방관 자신의 생존률도 더 높아진다.
시대가 변해도 한결같이 어린이들의 장래희망 우선순위에 머무는 직업인 소방관. 이제 그들 모두에게 같은 장비가 지급되고 4인 1조로 화재를 진압하며 트라우마나
상해에 대한 지원도 받을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이는 재난 발생 시 보다 신속한 대응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순직보다 자살하는 소방관 숫자가 더 많은 이유는 바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원인이다.(출처=소방청) |
“반드시 ‘두 사람’을 구할 수 있기를 나는 기도합니다. 내 등에 업은 ‘한 사람’ 그리고 ‘나 자신’, 내 목숨을 잃으면 다른 사람을 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포털에서 볼 수 있는 어느 소방관의 글이다. 사람의 생명이 귀중하다는 가치를 가지고 임무를 수행하는 직업, 소방관. 지역 차이 없이 동등한 조건으로
대우해야 하는 것은 원래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었다.
국민들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119를 부르면 살 수 있다고 믿는다. 그 믿음에 힘을 실어주는 변화가 반갑다. 소방관의 안전과 행복을 지켜주는 것은
곧 국민을 위한 길이며, 이는 국가의 몫이기도 하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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